
01 구상의 ‘초토의 시8 – 적군 묘지 앞에서’
– 본문읽기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이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삼십(三十) 리면 / 가로막히고무인공산의 적막만이
천만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 북(北)으로 흘러가고어디서 울려오는 포성 몇 발
구상의 <초토의 시8 – 적균 묘지 앞에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 놓아 버린다.
02 구상의 ‘초토의 시8 – 적군 묘지 앞에서’
– EBS의 시선 (해설)
이 작품은 1956년에 발간된 시집 『초토의 시』에 실린 15편의 연작시 중 여덟 번째 시로, 시인이 6·25 전쟁의 휴전 직후에 친구가 지휘하는 포병 부대를 방문했다가 목격한 장면에서 얻은 감동을 시로 창작한 것이다. 이 작품은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분단의 현실을 초토로 표현하면서 전쟁의 상처를 인간성의 회복으로 치유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시이다.
전사자의 묘지는 전쟁의 참상을 환기하는 곳이다. 화자는 이 장소에서 적개심과 미움이 어린, 적군과 아군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적군 전사자의 원한을 자신의 바람에 담고 그들의 넋을 추모한다. 이러한 모습에서 연민과 사랑으로 전쟁의 비극을 넘어서려는 화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1연: 눈을 감지 못한 적군 묘지의 넋들
• 2연: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는 적군의 묘지
• 3연: 분단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와 너희’
• 4연: 분단된 현실에 대한 답답함
• 5연: 적군의 풀지 못한 원한에 대한 연민과 이해
• 6연: 분단의 아픔과 대비되는 자연의 풍경
• 7연: 추모와 애도를 통한 현실 극복의 의지
- 주제 : 적군 묘지 앞에서 느낀 전쟁의 아픔과 치유의 의지
- ‘오호’라는 감탄사를 사용하여 ‘줄지어 누웠는 넋들’을 향한 화자의 슬픔을 부각한다.
- ‘너희’라는 이인칭 대명사를 활용하여 그들에게 화자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듯한 어조를 취한다.
- ‘삼십 리’는 화자와 적군이 돌아가고 싶으나 그럴 수 없게 하는 휴전선과의 거리를 가리킨다.
- 은혜와 원한이 결합된 ‘은원(恩怨)’이라는 시어를 활용하여 무덤에 묻힌 적군에 대한 화자의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 2연에서 상대의 목숨을 빼앗은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와 시신을 추려 수습하는 행위를 순차적으로 제시하여 대상과의 적대적 관계를 넘어서려는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6연의 ‘구름’은 아무 장애 없이 북쪽으로 갈 수 있지만 3연의 ‘나’는 그럴 수 없다는 점에서 서로 처지의 대비를 이루어 6연의 ‘나’가 처한 현실의 문제가 부각된다.
- 6연의 ‘구름’이 북으로 간다는 점에 주목하면, 3연의 ‘나’의 염원을 대변하고 미래를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 이 작품은 전사한 적군의 마음을 헤아리고 연민하며 그들을 애도하는 모습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소망을 보인다.
- ‘적군 묘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하여 전쟁의 참상을 환기하고 있다.
- ‘무인공산의 적막’을 심리적 무게감으로 전환하는 표현을 통해 분단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는 죽은 적군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으로, 그들의 원통함을 이해하려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난다.
-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는 적군의 무덤을 경건하게 조성하는 행위로, 무덤의 주인을 전쟁의 희생자로 인식하고 애도하는 화자의 마음이 드러난다.
- ‘어디서 울려오는 포성 몇 발‘은 남북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03 구상의 ‘초토의 시8 – 적군 묘지 앞에서’
– THE-깊은독해 (본문 분석)
* 제목에서 ‘초토’는 흔히 초토화되었다 할 때의 ‘초토’로, 불타서 없어진 자리를 뜻한다. 이 작품에서는 민족의 비극인 6·25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조국의 현실을 의미한다.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 시적 대상인 ‘줄지어 누웠는 넋들’에 대해 ‘오호’라는 표현으로 슬픔의 정서를 드러내며,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여기서 ‘오호’는 슬플 때나 탄식할 때 내는 소리를 뜻하는 감탄사이다) 이때 ‘여기’는 제목을 고려하였을 때 아마 적군 묘지를,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전사한 적군 병사의 주검을 가리킬 것이다.
눈도 감지 못하였겠고나.
→ 눈도 감지 못했겠다고 말한 이유는 아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원한 때문일 것이다. 적군 병사의 원통함에 대한 애도가 드러난다.
▶1연 : 적군 병사의 죽음을 애도함.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 시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여 전쟁의 비극성과 참혹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때 ‘너희’는 적군을 의미하고, ‘방아쇠’는 전쟁으로 인한 적대적 상황을 나타내는 소재에 해당한다. ‘너희’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양지바른 드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 인도주의적 태도로 적군의 시체들을 매장한 상황이다. 죽은 자들에 대한 관용과 함께 동포애와 휴머니즘(인도주의)적 태도가 드러난다. 또한, ‘방아쇠를 당기던’ 적대적 행동과 ‘고이 파묻’는 추모와 애도의 행동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드메’는 ‘두메’의 사투리로, 도회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나 깊은 곳을 뜻한다. ‘떼’는 흙이 붙은 채로 떼어낸 잔디를 뜻한다.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다.
→ 이때 ‘미움’은 전쟁의 감정과 이념의 대립을, ‘사랑’은 인류애와 민족애를 의미한다. 적군 묘지 앞에서 병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다.. 그 결과, 죽음 앞에서는 미움도 사라지고,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해당 구절은 ① 죽음은 미움과 사랑을 초월하고 ② 대립을 화해로 이끄는 계기가 되며, ③ 죽음 앞에서는 이념적 대립도 허망함을 보여준다. 죽음 앞에선 미움과 증오도 초월한다는 인도주의 정신이 드러나 있다.
▶2연 : 적군 병사의 죽음의 의미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삼십 리면 / 가로막히고
→ ‘이 곳’은 적군 묘지일 것이다. 이때 ‘가로막히고’라는 표현을 통해 분단의 상황을 알 수 있다. 분단(휴전선)으로 인해 더 이상 고향으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나와 너희’라는 표현을 통해 화자의 고향도 북쪽임을 알 수 있으며, 화자와 적군은 동병상련의 처지인 것을 알 수 있다. ‘삼십 리’는 적군 묘지에서 휴전선까지의 거리일 것이다.
▶3연 : 분단으로 인해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 여기서 ‘무주공산’은 임자 없는 빈산을 뜻하며, 이 작품에서는 적군 묘지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3연의 ‘가로막히고’와 연결하여 해석하면 비무장지대를 뜻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인적없는 산의 고요함과 쓸쓸함이 나타나 있다. 이때 ‘적막’은 분단 현실로 인한 답답함의 정서를 나타낸 말에 해당한다.
천만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 분단의 현실로 인한 비통함과 중압감을 구체적인 수치를 사용하여 나타내고 있다. 이때 ‘천만근’은 심리적 무게감의 표현인 것이다.
▶4연 : 분단 현실로 인한 중압감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 이때 ‘미움’은 ‘너희’와 ‘나’의 대립으로 인한 감정이다. 즉, 한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이념 대립으로 인해 서로 적대적 관계로 인한 감정을 가졌던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
→ 정서/태도의 변화가 드러나는 구절이다. ‘너희’를 원수가 아닌 이념의 희생자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 ‘나’의 바람이 된 상황이다. ‘너희’에 대한 태도가 ‘미움’에서 ‘바램’으로 변한 것이다. 대상과 화자의 정서를 동일시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의 미움과 현재의 바람을 대조하여 적군 병사와의 정서적 일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때 ‘풀지 못한 원한’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원한을, ‘나의 / 바램’은 분단 극복의 염원을 의미할 것이다.
▶5연 : 적군의 원한을 풀고자 하는 ‘나’의 바람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 이때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은 미래에 대한 소망이 투영된 배경이다. 이러한 ‘봄 하늘’은 현실과 대비되는 평화로운 자연 경관으로서, 분단의 아픔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구름은 무심히도
→ 이때 ‘구름’은 자유로운 존재로, 통일에 대한 염원이 투영된 소재이다. 휴전선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평화로운 ‘구름’의 이미지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북(北)으로 흘러가고
→ ‘구름’은 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화자의 처지와 대조된다. 현실과 대비되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통일에 대한 염원을 드러내고 있다.
▶6연 : 평화로운 자연 경관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 몇 발
→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때 ‘포성 몇 발’은 분단의 상황을 환기하는 청각적 심상이다. 이는 6연에서의 ‘봄 하늘’과 대조되어 비극성을 부각한다.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 여기서 ‘은원의 무덤’은 적군 묘지를 가리키는 말로, 이때 ‘은원’은 동포로서의 사랑과 적으로서의 미움을 뜻한다. 상반되는 의미를 결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복합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을 드러내었다.
목 놓아 버린다.
→ ‘목 놓아 버린다’는 표현을 통해 분단 현실에 대한 통한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비참한 전쟁에 대한 통곡으로 해석될 수도, 적군의 죽음에 대한 추모와 애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7연: 분단 현실에 대한 통한
04 구상의 ‘초토의 시8 – 적군 묘지 앞에서’
– 복습 및 관련 기출문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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