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김남조의 ‘설일’
– 본문읽기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 혼자가 아닌 게 된다혼자는 아니다 /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 나도 아니다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삶은 언제나 /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 한세상을 누리자새해의 눈시울이 / 순수의 얼음꽃
김남조의 <설일>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02 김남조의 ‘설일’
– EBS의 시선 (해설)
이 작품은 대상에 대한 관찰과 사색을 통해 너그러운 삶의 태도를 다짐하며 새해를 맞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난 시이다. 화자는 외로이 서 있는 겨울나무를 보고 있다가 그 나무도 바람과 함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어서 화자는 이러한 인식을 확장·심화하여, 어떤 존재도 혼자인 것은 아니며 황송한 마음과 너그러운 태도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늘 아래 홀로 서 있을 때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준다는 생각과, 삶과 사랑이 은총과 섭리라는 진술에는 경건한 종교적 관점과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 1연: 겨울나무와 바람이 함께라는 인식
• 2연: 어느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
• 3연: 삶과 사랑을 은총과 섭리로 여기는 생각
• 4연: 너그러운 삶에 대한 다짐
• 5연: 새해를 맞는 순수한 마음
- 주제 :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영위하려는 다짐
- ‘삶은 언제나 /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 사랑도 매양 /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에서 대구를 활용하여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라는 설의적 표현을 통해 고독감을 극복할 수 있는 깨달음을 강조하고 있다.
- ‘혼자는 아니다 /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에서 유사한 시구를 반복하여, 어떤 존재도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외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 ‘~ 이 생명을 살자’와 ‘~ 한세상을 누리자’에서 청유문을 통해 삶에 대한 다짐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마치 가지에 매달린 빨래인 것처럼 보는 것으로 표현한 시구이다.
-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에서 ‘하늘’은 뒤에 ‘은총’이나 ‘섭리’ 같은 시어들이 등장하는 맥락을 고려할 때, 절대자, 즉 초월적 존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라는 시구는 삶의 고통이나 슬픔도 하늘로 올라가 신의 은총을 얻은 뒤에 깨끗하고 순수한 백설이 되어 내려오는 것에 대한 진술이다.
- 화자는 겨울나무를 관찰한 결과 ‘나무도 바람도 / 혼자가 아닌 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이를 인간 삶의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에 적용함으로써,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라는 보편적 진술을 구성하게 되었군.
- 화자는 삶과 사랑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된 바를 바탕으로 인식을 심화함으로써, 지금까지보다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살 것과 인생을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살 것을 바람직한 태도의 준거로 삼게 되었군.
- 사랑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처 입은 독자가 이 작품을 읽으면 ‘사랑도 매양 /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라는 시구를 통해 자신의 상처 또한 삶의 본질 중 일부라는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겠군.
- 이 작품을 읽으면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 말없이 삭이고’라는 시구를 통해 지금까지는 살면서 느낀 불평과 불만, 남에 대한 원망 등을 말로 내뱉었지만, 앞으로는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관용적인 태도로 살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겠군.
03 김남조의 ‘설일’
– THE-깊은독해 (본문 분석)
겨울나무와 바람
→ 화자의 관찰 대상이 제시되었다. 다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바람이 하루종일 가지 끝에 걸려 있으므로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곧 ‘겨울 나무’와 ‘바람’이 각각 고독한 존재라는 의미가 전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고독한 현대인을 상징한다. 구체적으로는 ‘겨울 나무’는 고독한 존재를, ‘바람’은 떠도는 존재를 상징한다고 보기도 한다.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 무형의 대상인 ‘바람’을 눈에 보이는 ‘투명한 빨래’로 빗대어 시각적으로 형상회하고 있다. (참고로, 추상적 관념의 구체화는 아님) 또한, ‘머리채’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므로, 바람을 의인화했다고 볼 수 있다.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 나뭇가지에 바람이 부는 상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파동과 유동성이 나타나 있다. 여기서 ‘진종일’은 하루종일이라는 뜻이다.
나무도 바람도 / 혼자가 아닌 게 된다.
→ 나무와 바람은 각각 고독하지만, 바람이 나무에 접촉함으로써 외롭지 않다는 깨달음이 나타나고 있다. 나무와 바람의 관계를 설정하여 둘 다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모든 대상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에 외롭지 않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1연 :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
혼자는 아니다. /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 나무와 바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모든 존재는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확장되어 나가고 있다. 1연의 관찰을 통한 깨달음을 보편적 원리로 확대한 것이고, 1연의 구체적 사실을 일반화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아니다.
→ 화자 자신도 고독한 존재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 외부세계에서 내면세계로 인식이 전환되기 시작한 구절이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 혼자라고 생각되는 삶의 외로운 시기에도 하늘이 함께 한다는 화자의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설의법을 통해 공존의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종교적 색채를 고려하면, 이때 마지막 행의 ‘하늘’은 절대자, 즉 하나님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기독교적 색채가 드러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하늘 아래’의 ‘하늘’은 실제 자연물로서의 하늘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연 : 어느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
→ 1연에는 외부세계와 구체적 사례에 대해 언급하고, 2연에서는 내면세계와 일반화된 사실에 대해 말하는 시상 전개 방식을 보이고 있다.
삶은 언제나 /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 삶은 돌층계를 오르는 것처럼 힘든 과정이지만, 그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생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사람의 고난이 곧 은총이라는 것이다 추상적 관념인 ‘삶’을 구체적 대상인 ‘돌층계’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사랑도 매양 /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 윗줄과 대구를 이루며 사랑 또한 자갈밭을 걷는 것처럼 고난의 발자취이지만, 거기에도 하나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사랑의 시련도 섭리라는 것이다. 추상적 관념인 ‘사랑’을 구체적 대상인 ‘자갈밭’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3연 : 삶과 사랑에 대한 통찰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 말없이 삭이고
→ 여기서 ‘이적진’은 지금까지는, 이라는 뜻이다. 또한 이때 ‘말’은 ‘마음’을 풀던 수단이라는 점에서 원망과 불평의 말을 가리킨다. 지금까지는 말로써 원망하고 불평하던 마음을, 이제는 말없이 가라앉힌다고 말하고 있다. 관용의 태도가 드러난다.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자고 권유하고 있다. 청유형 어미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며 설득하고 있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 한 세상을 누리자.
→ (삶을) 분에 넘치는 축하 잔치라고 생각하고, 하늘에 베풀어 준 잔치를 한껏 누리며 살자고 말하고 있다. 삶을 황송한 축하 잔치로 인식하는 겸손한 태도와 함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자세가 나타나 있다.
▶4연 : 너그러운 삶에 대한 다짐
새해의 눈시울이 /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 백설을 담고 온다
→ ‘새해’라는 시간적 배경이 제시되어 있다. 이때 ‘순수의 얼음꽃’과 ‘승천한 눈물’은 ‘눈(백설)’을 비유한 말로, 순수하게 정화된 마음을 상징한다. 추상적 관념인 ‘순수’를 구체적 대상인 ‘얼음꽃’, ‘백설’에 빗대어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후 나오는 ‘백설’은 순수를 상징한다. 해당 연은 눈물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백설이 되어 다시 땅 위로 떨어지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삶의 고통과 슬픔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하늘로 승화되어 순수한 눈으로 내려온 것처럼 긍정적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5연 : 새해를 맞는 순수한 마음
→ ‘눈시울 → 눈물 → 승천 → 백설 → 얼음꽃’의 순환과정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고통과 슬픔이 긍정적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순환과정은 물이 수증기가 되고, 이것이 모여 구름이 된다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04 김남조의 ‘설일’
– 복습 및 관련 기출문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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