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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백석의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 본문읽기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渤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던 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던 말도 잊지 않았다
오로촌*이 멧돝*을 잡아 나를 잔치해 보내던 것도
쏠론*이 십릿길을 따라 나와 울던 것도 잊지 않았다나는 그때
아무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대*로 떠나 나왔다
그리하여 따사한 햇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단 샘을 마시고 낮잠을 잤다
밤에는 먼 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침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서도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그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이리하여 또 한 아득한 새 옛날이 비롯하는 때
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나는 나의 옛 하늘로 땅으로 — 나의 태반(胎盤)으로 돌아왔으나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 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흥안령을 ~ 숭가리를: 중국 북부에 위치한 산맥과 강 등을 일컬음.
백석의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장풍: 창포.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는 약용하고 단오에 창포물을 만들어 머리를 감거나 술을 빚음.
*오로촌: 오로촌족. 중국의 동북 지방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하나.
*멧돝: 멧돼지.
*쏠론: 솔론족. 중국의 동북 지방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하나.
*앞대: 평북 내지 평안도를 벗어난 남쪽 지방. 황해도·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까지에 이르는 각지.
*보래구름: 보랏빛 구름.
02 백석의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 EBS의 시선 (해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의 암담한 현실에서 유민으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회한을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아주 먼 옛날 우리 민족이 광활한 영토를 떠나 한반도에 정착하던 상황을 떠올리며, 그저 안일하게 현실에 순응하며 살았던 과거 역사를 성찰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북방에서 과거의 영화가 사라진 현실에 허무함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우리 민족의 대변자로서, 부끄러웠던 우리의 역사를 회상하며 비참한 처지에 놓인 우리 민족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 1연: 북방을 떠나온 ‘나’
• 2연: 떠나는 ‘나’를 아쉬워하는 북방의 민족들
• 3연: 새로운 터전에서의 삶에 순응하며 사는 ‘나’
• 4연: 시련을 피해 북방으로 돌아온 ‘나’
• 5연: 과거의 영화가 사라진 북방의 모습
• 6연: 자랑과 힘이 허무하게 사라진 ‘나’의 모습
- 주제 : 민족의 역사에 대한 회상과 현실의 부끄러움
- 의인화한 자연물을 통해 북방을 떠나기 싫어하는 화자의 괴로운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 ‘아득한 옛날’과 ‘아득한 새 옛날’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대비가 나타난다.
- ‘배반하고’와 ‘속이고’는 ‘나’가 자신만을 위해 이들을 북방에 살던 존재들을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낸 표현이다.
- ‘잔치’와 ‘울던 것’은 북방 사람들이 ‘나’가 떠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 ‘매끄러운 밥’, ‘단 샘’, ‘낮잠’은 ‘나’가 새로 정착한 곳에서 현실에 안주하며 살았음을 드러낸다.
- ‘돌비’가 깨지고 ‘가마귀’가 ‘긴 족보를 이루었’다는 것은 ‘나’가 북방을 떠난 지 매우 오래되었음을 드러낸다.
- ‘한 아득한 새 옛날’은 과거에 떠났던 북방으로 다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는 현재의 시간을 의미한다.
- 이 작품은 특정 공간을 통해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한 통렬한 성찰을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광활한 영토를 떠나 유랑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비극적 현실에 무기력하게 순응하며 살아왔던 삶에 대해 자책하고 있다. 그래서 진취적인 조상의 역사가 있는 땅으로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느끼고 있다. 작가는 이런 화자를 통해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겪었던 식민지인으로서의 상실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 ‘먼 개소리에 놀라’고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하고 살면서도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불안정한 삶을 살면서도 현실에 안주하며 살았던 과거의 삶에 대한 자책을 드러낸 것이로군.
-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 없이 떠’돈다는 것은 다시 찾아왔지만 과거의 영화를 찾아볼 수 없는 북방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로군.
-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는 것은 일제 강점기 찬란한 과거의 영화와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고 유랑하며 살아가던 우리 민족의 상실감을 표현한 것이로군.
03 백석의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 THE-깊은독해 (본문 분석)
*제목의 ‘정현웅’은 백석의 친한 친구이다. 해방 후에 월북하여 북한에서 백석과 같이 활동하였다. 제목을 통해 이 시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
→ 화자 ‘나’와 함께 시적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화자는 오래 전에 어딘가를 떠난 상황이다. 아마 구체적인 정보는 다음에 제시될 것이다. 도치법을 사용하여 ‘아득한 옛날’을 강조하고 있다. 화자가 자신이 ‘아득한 옛날’에 떠났다고 한 것을 보아, 화자가 자신을 과거 역사 속의 한 주체로 설정하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화자는 민족의 핏줄을 이어받은 민족 구성원이기에, 자신을 과거 민족과 동일시한 것이다.
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渤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
→ 화자가 떠나온 곳을 나열하고 있다. 화자가 떠나온 곳들은 북방으로, 우리 민족의 삶이 터전이다. 화자가 떠났다는 것은 아마 민족의 삶의 터전이 상실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 화자는 자신이 여러 생명체들을 속이고 떠났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생명체들은 민족과 일체를 이룬 자연물들이다. ‘배반하고’, ‘떠났다’는 시어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화자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광활한 삶의 터전을 버리고 한반도로 들어온 것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담겨 있다. 이때 화자인 ‘나’는 화자 개인을 가리킨다기보다 민족 전체를 가리키며, 화자 ‘나’가 민족의 대변자라고도 할 수 있다. 해당 시구에서도 도치법과 대구적 표현이 사용되어 있다.
▶1연 : 북방을 떠나온 ‘나’
나는 그때
→ 여기서 ‘그때’는 북방을 떠날 때를 가리킨다.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던 것을 기억한다
→ ‘나는 그때 ~ 기억한다’의 표현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방을 떠날 때의 화자의 슬픔을 자연물에 의탁하여 나타내고 있다. 실제 ‘자작나무’와 ‘이깔나무’가 슬퍼했던 것이 아니라, 화자 본인이 슬퍼했던 것이다. 감정이입이 나타나 있으며, 의인법 또한 사용되었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던 말도 잊지 않았다
→ 자연물들이 화자가 떠나는 것을 만류했음을 의미한다. 이 또한 의인법에 해당한다.
오로촌이 멧돝을 잡아 나를 잔치해 보내던 것도
→ 북방 사람들이 화자가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 잔치를 마련했었음을 의미한다. ‘잔치’는 이별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대상에 해당한다.
쏠론이 십릿길을 따라 나와 울던 것도 잊지 않았다
→ 북방 사람들이 화자가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 눈물을 흘렸었음을 의미한다. 변방 민족과 우리 민족 사이의 유대감이 나타난다.
▶2연 : 북방을 떠날 때의 슬픔과 아쉬움
나는 그때
→ 여기서의 ‘그때’ 또한 북방을 떠날 때를 가리킨다.
아무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대로 떠나 나왔다
→ 화자는 슬픔이나 시름을 느끼지 않고, 무심하게 태만한 마음으로 북방을 떠나 한반도(‘앞대’)로 왔다. 이러한 태도는 괴로운 현실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볼 수 있다. 이때 ‘앞대’는 한반도 전체를 가리킨다.
그리하여 따사한 햇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단 샘을 마시고 낮잠을 잤다
→ 앞대로 떠나 와서 편안하게 살았음을 의미한다. 개인적 편의를 추구하는 삶, 현실에 안주하는 삶, 안일한 삶 등을 표현한 것이다. ‘하이얀’이라는 색채어가 사용되었으며, 이는 시적 허용이다. 참고로 시적 허용이은 기출에 ‘음절의 수를 조절하여 리듬감을 살리고 있다’고 출제된 적이 있다.
밤에는 먼 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침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서도
→ 어려운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힘 있는 사람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는 부정적인 현실의 삶에 비겁하게 동조하며 살았던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
→ 앞대로 떠나와서 안일하게 지내는 것에 대해 그 당시에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이때 ‘나의 부끄러움’은 위에 나열된 행동들을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말한다. 과거의 삶에 대한 반성적 자각이 나타나 있으며, ‘부끄러움’은 이러한 반성적 자각의 결과이다.
▶3연 : 앞대에서 안일함에 빠져 지내온 삶
그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 ‘그동안’은 오랜 시간이 경과했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여기서 ‘돌비’는 북방에서의 삶의 기록을 의미한다. 이러한 ‘돌비’가 ‘깨어지고’라는 표현은 역사적 기록(문화 유산)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하며,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라는 표현은 국가적 재산(유물, 유적)이 손실되었음을 의미한다.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다는 것은 오랜 시간이 경과했음을 의미한다. 즉, 역사적 기록이 파괴되고, 국가적 재산이 손실되는 상황 속에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이는 뒤의 내용을 읽어보면, 다시 북방으로 돌아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이리하여 또 한 아득한 새 옛날이 비롯하는 때
→ 삶의 터전을 떠난 후에 오랜 세월이 흐른 시점을 의미한다. 1연의 ‘아득한 옛날’을 ‘아득한 새 옛날’로 변주하였다. 1연의 ‘아득한 옛날’은 과거에 삶의 터전을 떠난 때를 가리키며, ‘한 아득한 새 옛날’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화자가 북방을 다시 찾은 때를 가리킨다. 이는 뒤의 내용을 더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 화자의 상황 대비가 나타나 있다. 3연에서 북방을 떠날 때는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었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큰 ‘슬픔과 시름’에 잠긴 상태이다. 이는 창작 시기를 고려할 때,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나의 옛 하늘로 땅으로 — 나의 태반(胎盤)으로 돌아왔으나
→ 화자가 과거의 민족의 삶의 터전인 북방을 찾아간 상황이다. ‘나의 옛 하늘과 땅’, ‘나의 태반’은 과거에 상실한 삶의 터전 즉 북방을 가리킨다. ‘태반’은 임신 중 태아와 모체의 자궁을 연결하는 기관으로, 북방을 비유한 말이다. 화자에게 북방은 존재의 근원인 것이다.
▶4연 : 슬픔과 시름에 잠겨 북방을 찾아간 ‘나’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 없이 떠도는데
→ 다시 찾아간 북방의 배경을 묘사하고 있다.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다는 표현을 통해 생명력을 상실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생명력을 상실한 배경 묘사를 통해 민족의 영화로운 삶의 흔적은 사라짐을 표현함과 동시에 슬픔과 허무함을 심화시키고 있다.
▶5연 : 다시 찾아간 북방의 쓸쓸함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 나의 조상, 형제, 일가친척, 이웃, 그리운 것, 사랑하는 것, 우러르는 것, 자랑스러운 것, 나의 힘 등이 모두 북방에서 사라지고 없음을 의미한다. 화자가 상실한 대상들을 열거하여 모든 것이 사라진 화자의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는 표현 또한 화자의 상실감의 표현이다. 또한, ‘아’라는 감탄사를 통해 영탄적 표현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6연 : 민족의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린 북방
04 백석의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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