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윤선도의 ‘만흥’
– 스스로 해보는 작품 독해
산수간(山水間) 바회 아래 집을 짓노라 니,
그 모론 들은 욷다 다마,
어리고 햐암의 의 내 분(分)인가 노라.보리밥 풋을 알마초 머근 후(後)에,
바횟긋 믉의 슬지 노니노라.
그 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 줄이 이시랴.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러랴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 노라.누고셔 삼공(三公)도곤 낫다 더니 만승(萬乘)이 이만랴.
이제로 헤어든 소부 허유(巢父許由)ㅣ 냑돗더라.
아마도 임천한흥(林泉閑興)을 비길 곳이 업세라.내 셩이 게으르더니 하히 아실샤.
인간 만사(人間萬事) 일도 아니 맛뎌
다만당 토리 업슨 강산(江山)을 딕히라 시도다.강산(江山)이 됴타 들 내 분(分)으로 누얻냐.
님군 恩惠(은혜) 이제 더욱 아노이다.
아리 갑고쟈 야도 올 일이 업세라.
02 윤선도의 ‘만흥’
– 작품 자세히 보기
이 작품은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흥겨운 삶을 노래한, 전 6수로 된 연시조이다. 작가가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 임금이 탄 수레를 호위하여 따르던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배되었다가 풀려난 뒤 고향인 해남 금쇄동에 은거하면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에 묻혀 지내는 한가롭고 흥겨운 심정을 읊으면서도 임금의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은 맹사성의 ‘강호사시가’에 나오는 ‘역군은(亦君恩)이샷다’와 맥락을 같이하는 관습적인 표현으로, 조선 초기 사대부 시조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03 윤선도의 ‘만흥’
– THE-깊은독해 (본문 분석)
산수간(山水間) 바회 아래 집을 짓노라 니,
산과 시내 속의 바위 아래에 움막을 지었더니,
→ ‘산수’는 속세와 정계를 초월한 곳, 자연을 의미한다. ‘움막’은 안분지족의 소박한 삶을 나타내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 모론 들은 욷다 다마,
나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은 비웃는다고 한다마는,
→ ‘나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은 속세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사는 즐거움을 모르고,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리고 햐암의 의 내 분(分)인가 노라.
어리석고 시골뜨기인 내 마음에는 이것이 나의 분수에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 자기 자신을 ‘시골뜨기’ 즉, 시골에 살아 세상 이치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칭하며 화자 자신을 낮춰 겸손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는 화자의 소박한 뜻을 모르는 남들의 눈에 비친 화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제1수 : 분수에 맞는 삶
보리밥 풋을 알마초 머근 후(後)에,
보리밥에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 ‘보리밥’과 ‘풋나물’이라는 시어를 통해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을 알 수 있다. 이를 ‘알맞게’ 먹는 모습을 통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바횟긋 믉의 슬지 노니노라.
바위 끝이나 물가에서 마음껏 놀고 있노라.
→ 자연친화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그 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 줄이 이시랴.
(이렇게 한가로이 노닐고 있으니) 그밖에 다른 일이야 부러워할 일이 있겠는가?
→ ‘그밖에 다른 일’은 속세에서의 부귀영화, 세속적 가치(벼슬살이 등) 등을 뜻한다. 즉, 세속적 욕망을 품지 않고, 자연 속에서 지내는 만족감을 설의적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제2수 : 자연 속에서 만족하는 삶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라보니,
술잔을 들고 혼자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니
→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이때 ‘먼 산’은 세속적 감정과 대비되는 공간에 해당한다.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러랴
그리워하던 임이 온다고 한들 반가움이 이보다 더하겠는가?
→ 반가움이 이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즉, 임이 오는 것보다도 자연을 즐기는 만족감이 더 크다는 것을 설의법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 노라.
(산이) 말하거나 웃음을 짓지도 않지만, 나는 그를 몹시도 좋아하노라.
→ 자연물과 교감하는 이신점심, 물아일체의 경지가 나타난다. ‘말하거나 웃음을 짓지 않’는 주체는 ‘산’으로,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한 의인법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제3수 : 자연을 벗 삼아 지내는 즐거움
누고셔 삼공(三公)도곤 낫다 더니 만승(萬乘)이 이만랴.
누군가가 (자연이) 삼공보다 낫다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만승천자인들 이만큼 좋겠는가?(이것만 못하다)
→ 세속적 가치와 비교하였을 때, 자연 속에서 지내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는 것을 설의법을 사용하여 나타낸 것이다. 이때 ‘삼공’은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나타내며, ‘만승’은 만승천자 즉, 만 개의 수레를 부리는 천자를 나타내는 말로, 둘 다 세속적인 삶을 뜻한다.
이제로 헤어든 소부 허유(巢父許由)ㅣ 냑돗더라.
이제 생각해 보니 소부와 허유가 영리하도다.
→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고 있다. 여기서 ‘소부’와 ‘허유’는 고대 중국의 인물들로서, 속세를 떠나 자연을 벗 삼아 즐기며 산 사람들을 말한다. 서부와 허유는 세상의 부귀영화보다 자연 속에 묻혀 사는 것이 더 좋은 줄을 알았기 때문에 약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임천한흥(林泉閑興)을 비길 곳이 업세라.
아마도 자연 속에서 노니는 즐거움은 비길 데가 없으리라.
→ ‘임천한흥’은 자연 속에서 느끼는 한가한 흥취를 나타내는 말이다. 자연친화적 정서를 직접 드러낸 말로서, 이 글의 주제를 집약한 주제어에 해당한다.
▶제4수 : 자연을 즐기는 정취와 자부심
내 셩이 게으르더니 하히 아실샤.
내 천성이 게으른 것을 하늘이 아셔서,
→ 화자의 천성을 겸손하게 나타내고 있다. 문맥상 결국 자신의 성품이 게으르다는 것은, 세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지녔다는 뜻이다.
인간 만사(人間萬事) 일도 아니 맛뎌
세상의 많은 일 가운데 하나도 맡기지 않으시고,
→ ‘인간 만사’는 세속적인 일을 가리킨다..
다만당 토리 업슨 강산(江山)을 딕히라 시도다.
다만 다툴 상대가 없는 자연을 지키라고 하셨도다.
→ ‘다툴 상대가 없’다는 것은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번잡한 현실과 대비되는 자연 속에서의 삶을 나타낸 것이다. 세상사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천성을 하늘이 알고 자신에게 속세에서 지내는 것 대신에 강산을 지키는 일을 맡겼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자연’은 무욕과 무심의 세계를 뜻한다.
▶제5수 : 자연을 즐기는 삶을 하늘이 정한 일로 돌림
강산(江山)이 됴타 들 내 분(分)으로 누얻냐.
강산이 좋다고 한들 나의 분수로 (이렇게 편안히) 누워 있겠는가.
→ 중장에 나타나 있듯이, 자연 속에서 지내는 삶이 임금의 은혜라고 생각하고 있다.
님군 恩惠(은혜) 이제 더욱 아노이다.
이 모두가 임금의 은혜인 것을 이제 더욱 알겠도다.
→ 자연에서의 삶이 임금의 은혜 덕분임을 인식하고 있다. 강호가도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아리 갑고쟈 야도 올 일이 업세라.
이 은혜를 아무리 갚으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구나.
→ 임금의 은혜를 갚을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해당 구절을 화자가 자연 속에서 지내면서도 정치 현실에 대한 관심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6수 : 임금의 은혜에 대한 감사
04 꼭 기억해야 할 핵심 정리
– 갈래 : 연시조(총 6수)
– 성격 : 자연친화적, 한정가
– 주제 : 자연을 벗하는 생활(자연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