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 스스로 해보는 작품 독해
<춘사(春詞) 1>
압개예 안개 것고 뒫뫼희 비췬다.
떠라 떠라
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 온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강촌(江村) 온갓 고지 먼 빗치 더욱 됴타<춘사(春詞) 4>
우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이어라, 이어라
어촌(漁村) 두어 집이 속의 나락들락.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말가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노다.<춘사(春詞) 6>
석양(夕陽)이 비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버들이며 물가의 꽃은 굽이굽이 새롭구나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삼공(三公)을 부러워하랴 만사(萬事)를 생각하랴<하사(夏詞) 1>
구즌비 머저 가고 시낻물이 아 온다.
떠라 떠라
낫대 두러메니 기픈 興(흥)을 禁(금) 못돠.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연강(煙江) 쳡쟝(疊嶂)은 뉘라셔 그려 낸고.<하사(夏詞) 2>
년닙희 밥싸 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쳥약립(靑蒻笠)은 써 잇노라, 녹사의(綠蓑衣) 가져오냐.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무심(無心) 구(白鷗) 내 좃가, 제 좃가.<하사(夏詞) 3>
마름 잎에 바람 나니 봉창(篷窓)이 서늘코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 대로 배 두어라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북포(北浦) 남강(南江)이 어디 아니 좋을런가<추사(秋詞) 1>
물외(物外)예 조 일이 어부 생애(生涯) 아니러냐.
떠라 떠라
어옹(漁翁)을 욷디 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사시 흥(四時興)이 가지나 추강(秋江)이 읃듬이라.<추사(秋詞) 2>
슈국(水國)의 히 드니 고기마다 져 읻다.
닫 드러라 닫 드러라
만경딩파(萬頃澄波)의 슬지 용여(容與)쟈.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인간(人間)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 됴타.<추사(秋詞) 4>
그려기 떳 밧긔 못 보던 뫼 뵈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려니와 취 거시 이 흥이라.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석양(夕陽) 니 쳔산(千山)이 금슈(錦繡)ㅣ로다.<추사(秋詞) 9>
옷 우희 서리 오 치운 줄을 모로다.
닫 디여라 닫 디여라
됴션(釣船)이 좁다 나 부셰(浮世)와 얻더니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일도 이리고 모뢰도 이리하쟈.<추사(秋詞) 10>
숑간셕실(松間石室)의 가 효월(曉月)을 보쟈 하니
배브텨라 배브텨라
공산낙엽(空山落葉)의 길흘 엇디 아라볼고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ᄇᆡᆨ운(白雲)이 좃차오니 녀라의(女蘿依) 므겁고야<동사(冬詞) 1>
구룸 거든 후의 빋치 두텁거다.
라 라
텬디폐색(天地閉塞)호 바다흔 의구(依舊)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업슨 믉결이 깁편 여 잇다.<동사(冬詞) 3>
여튼 갣 고기들히 먼 소 다 갇니
돋 라라, 돋 라라
져근덛 날 됴흔제 바탕의 나가보쟈.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밋기곧 다오면 굴근 고기 믄다 다.<동사(冬詞) 4>
간밤의 눈 갠 후(後)에 경물(景物)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 만경류리(萬頃琉璃) 뒤희 쳔텹옥산(千疊玉山)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션계(仙界)ㄴ가 불계(彿界)ㄴ가, 인간(人間)이 아니로다.<동사(冬詞) 8>
믉ᄀᆞ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싁싁ᄒᆞᆫ고
ᄇᆡ ᄆᆡ여라 ᄇᆡ ᄆᆡ여라
머흔 구룸 ᄒᆞᆫ(恨)티 마라 셰샹(世上)을 ᄀᆞ리온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파랑셩(波浪聲)을 염(厭)티 마라 딘훤(塵暄)을 막또다<동사(冬詞) 10>
어와 져므러간다 연식(宴息)이 맏당토다
ᄇᆡ 븟텨라 ᄇᆡ 븟텨라
눈 쁘린 길 블근 곳 흣더딘 흥치며 거러가셔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셜월(雪月)이 셔봉(西峰)의 넘도록 숑창(松窓)을 비겨 잇쟈
02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 작품 자세히 보기
이 작품은 고려 때부터 전하여 온 ‘어부사(漁父詞)’를 조선 중종 때 이현보가 9장으로 개작한 후 이를 다시 윤선도가 여음(후렴구)을 넣어 창작한 것으로, 연장체 형식의 연시조이다. 각 수에서 여음(후렴구)을 빼고 보면 각기 초장, 중장, 종장 형태의 3장 6구 평시조 형식을 지니게 된다. 작가가 65세 때 전남 보길도에 은거하며 지은 이 작품은 계절마다 펼쳐지는 어촌의 아름다운 경치와 어부 생활의 흥취를 담아 한 계절당 10수 씩 읊고 마지막에 ‘어부사시사여음’이라고 하여 만흥[漫興; ‘산중신곡(山中新曲)’중 여섯 수] 1수를 덧붙였다. 각 계절의 10수는 출항에서 귀항까지 어부의 하루 일과를 시간 순서로 읊은 것인데, 세속을 벗어나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삶의 경지를 격조 높고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었으며 대구법, 원근법, 시간의 추이에 따른 시상 전개의 조화 등 표현 기교도 뛰어나서 우리 시조 문학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03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 THE-깊은독해 (본문 분석)
<춘사(春詞) 1>
압개예 안개 것고 뒫뫼희 비췬다.
앞 갯벌(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 대구법을 사용하여 시간의 경과에 따른 배경을 묘사하고 있다.
떠라 떠라
배 띄워라 배 띄워라.
→ 출항에서 귀항까지의 과정을 나타내는 여음구로서, 각 수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 온다.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 온다.
→ 동적인 심상이 나타난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후렴구)
→ 각 수마다 동일하게 나타나는 후렴구, 특별한 의미가 없는 여음구, 흥을 돋우기 위한 조흥구로서, 고려 속요의 형태를 계승함을 보여준다. ‘지국총 지국총’은 닻을 감거나 노를 저을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로, 경쾌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어사와’는 노를 저으며 어기어차 어기어차 외치는 소리를 음차한 의성어이다.
강촌(江村) 온갓 고지 먼 빗치 더욱 됴타
강 마을의 온갖 꽃들이 먼 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구나.
→ 여기서 ‘강촌’은 화자가 은거하는 곳으로서, 보길도를 가리킨다. ‘온갖 꽃들’은 봄의 계절감을 나타낸다. ‘먼 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화자의 시선이 먼 곳으로 이동함을 알 수 있다.
▶강 마을의 봄 풍경
<춘사(春詞) 4>
우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드나무 숲인가.
→ 평화로운 봄 경치와 게절감이 드러난다. ‘뻐꾸기’를 통해 나타나는 동적이고 청각적인 심상과 ‘버드나무 숲’을 통해 나타나는 정적이고 시각적인 심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어라, 이어라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어촌(漁村) 두어 집이 속의 나락들락.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하는구나.
→ 안개 속에서 어촌의 두어 집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정경이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말가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노다.
맑고 깊은 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 ‘온갖 고기가 뛰노’는 모습에서 봄의 약동감과 생기가 느껴진다. 해당 수는 전체적으로 순수 국어의 사용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언어의 조탁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배에서 바라본 어촌 풍경
<춘사(春詞) 6>
석양(夕陽)이 비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니 이제 그만 놀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버들이며 물가의 꽃은 굽이굽이 새롭구나
버드나무와 물가에 핀 꽃이 이 굽이 저 굽이 새롭게 보이는구나.
→ ‘버드나무’는 봄의 게절감을 나타내는 시어에 해당한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삼공(三公)을 부러워하랴 만사(萬事)를 생각하랴
삼공의 부귀영화를 부러워하겠는가? 세상 만사를 생각하겠는가?
→ 삼공도 부럽지 않으며, 속세의 번거로운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설의법을 사용하여 나타내고 있다. 이때 ‘삼공’은 삼정승, 즉 영의적, 우의정, 좌의정을 말한다.
▶석양 무렵까지 뱃놀이하는 하는 즐거움
<하사(夏詞) 1>
구즌비 머저 가고 시낻물이 아 온다.
궂은비가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
떠라 떠라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낫대 두러메니 기픈 興(흥)을 禁(금) 못돠.
낚싯대를 둘러메니 솟구치는 흥겨움을 참을 수가 없구나.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연강(煙江) 쳡쟝(疊嶂)은 뉘라셔 그려 낸고.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싸인 산봉우리는 누가 그려 낸 그림인가?
→ 비가 갠 뒤 고기 낚으러 떠날 때의 흥과 강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비 갠 뒤의 아름다운 경치
<하사(夏詞) 2>
년닙희 밥싸 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연잎에 밥을 싸고 반찬은 준비하지 마라.
→ 안분지족하는 소박한 삶의 모습이 나타난다.
닫 드러라 닫 드러라
닻 올려라 닻 올려라.
쳥약립(靑蒻笠)은 써 잇노라, 녹사의(綠蓑衣) 가져오냐.
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를 가져오느냐.
→ ‘삿갓’과 ‘도롱이’는 여름의 계절감을 나타내는 시어에 해당한다. 또한 해당 시어도 소박한 삶의 모습을 나타내는 시어라고 ㅗㅂㄹ 수 있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무심(無心) 구(白鷗) 내 좃가, 제 좃가.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좇아가는가, 저가 나를 좇아오는가?
→ ‘무심’하다는 것은 욕심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저를 좇아가는가, 저가 나를 좇아오는가’라는 물음에는 자연과 화자가 하나된 물아일체의 경지가 드러난다.
▶배 위에서의 흥취
<하사(夏詞) 3>
마름 잎에 바람 나니 봉창(篷窓)이 서늘코야
마름 잎에 바람이 일어나니 배의 창문이 서늘하구나.
→ 여기서 ‘마름’은 마름과의 한해살이풀을 말한다. ‘서늘하’다는 촉각적 심상이 사용되어 있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 대로 배 두어라
여름 바람이 일정하겠느냐. (바람에 따라) 흘러가는 대로 배를 그대로 두어라.
→ 배를 타고 한가하게 유유자적하는 정서가 나타난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북포(北浦) 남강(南江)이 어디 아니 좋을런가
북쪽의 포구와 남쪽의 강, 어느 곳이 아니 좋겠는가.
▶시원한 배 위에서 즐기는 유유자적함
<추사(秋詞) 1>
물외(物外)예 조 일이 어부 생애(生涯) 아니러냐.
세속을 떠난 곳에서 깨끗한 일이 어부의 생활이 아니더냐.
→ ‘물외’는 속세를 떠난 곳을 의미한다. 어부 생활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난다.
떠라 떠라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어옹(漁翁)을 욷디 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
고기 잡는 늙은이를 비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 어부 생활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어부 생활을 부러워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림으로 그렸다는 뜻이다. 이때 ‘어옹’은 고기 잡는 늙은이를 뜻하는 말로, 화자 자신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사시 흥(四時興)이 가지나 추강(秋江)이 읃듬이라.
사계절의 흥취가 다 좋지만, 그 중에도 가을 강이 제일이다.
→ 가을 강의 흥취를 가장 으뜸으로 평가하고 있다.
▶추강에 배를 띄우는 흥취
<추사(秋詞) 2>
슈국(水國)의 히 드니 고기마다 져 읻다.
수국(물이 많은 곳)에 가을이 되니 고기마다 살이 올라 있다.
→ ‘수국’은 물이 많은 보길도를 가리키는 말로, 작자가 현재 있는 곳이다. 해당 구절에는 가을의 풍요로움이 나타난다.
닫 드러라 닫 드러라
닻을 올려라 닻을 올려라.
만경딩파(萬頃澄波)의 슬지 용여(容與)쟈.
넓고 맑은 물에서 마음껏 놀아 보자.
→ 화자의 흥취가 나타난다. 풍요로운 가을에 실컷 자연을 즈릭고자 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인간(人間)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 됴타.
인간 세상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구나.
→ 속세로부터 벗어나 자연에 몰입하는 경지, 탈속적인 경지가 나타난다.
▶속세를 떠난 즐거움
<추사(秋詞) 4>
그려기 떳 밧긔 못 보던 뫼 뵈고야.
기러기가 날아간 곳 밖으로 못 보던 산이 보이는구나.
→ 화자의 시선이 먼 곳으로 이동하였다. 이로 인해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산을 발견하게 된다.
이어라 이어라
노 저어라 노 저어라.
낙시질도 려니와 취 거시 이 흥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한 잔 술에) 취하는 것이 자연을 즐기는 흥취이다.
→ 일석이조의 상황이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석양(夕陽) 니 쳔산(千山)이 금슈(錦繡)ㅣ로다.
석양이 비치니 온 산이 수 놓은 비단이로구나.
→ 단풍 든 가을 경관을 ‘수 놓은 비단’에 비유하여 가을 경치를 예찬하고 있다. 가을의 계절감이 드러난다.
▶새로운 자연을 대하는 즐거움
<추사(秋詞) 9>
옷 우희 서리 오 치운 줄을 모로다.
옷 위에 서리가 내리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닫 디여라 닫 디여라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됴션(釣船)이 좁다 나 부셰(浮世)와 얻더니
낚싯배가 좁다 하나 뜬세상과 견주어 어떠한가.
→ 낚싯배가 비록 좁을지라도 뜬구름 같은 속세보다는 더 좋다는 뜻이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일도 이리고 모뢰도 이리하쟈.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하자.
→ 오늘처럼 속세를 벗어나 고기잡이를 계속하면서 지내자는 뜻이다.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속세를 초월한 생활
<추사(秋詞) 10>
숑간셕실(松間石室)의 가 효월(曉月)을 보쟈 하니
소나무 숲 사이 석실에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브텨라 배브텨라
배를 붙여라 배를 붙여라.
공산낙엽(空山落葉)의 길흘 엇디 아라볼고
적막한 산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가는 길을 어찌 찾아갈꼬.
→ 낙엽이 쌓여서 석실까지 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ᄇᆡᆨ운(白雲)이 좃차오니 녀라의(女蘿依) 므겁고야
흰 구름이 따라오니 입은 옷이 무겁구나.
→ 자연과 하나가 된 물아일체의 경지가 나타난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생활하는 화자
<동사(冬詞) 1>
구룸 거든 후의 빋치 두텁거다.
구름이 걷힌 후에 햇볕이 두텁게 내리쪼인다.
라 라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텬디폐색(天地閉塞)호 바다흔 의구(依舊)다.
천지가 눈과 구름으로 막혔으되 바다만은 여전하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업슨 믉결이 깁편 여 잇다.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펼친 듯하다.
→ 겨울 바다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겨울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
<동사(冬詞) 3>
여튼 갣 고기들히 먼 소 다 갇니
(날씨가 추워지니) 물이 얕은 포구의 고기들이 깊은 못으로 다 갔구나.
돋 라라, 돋 라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져근덛 날 됴흔제 바탕의 나가보쟈.
잠시 날씨가 좋은 때에 일터에 나가 보자.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밋기곧 다오면 굴근 고기 믄다 다.
미끼가 아름다우면 굵은 고기가 문다고 한다.
→ 겨울 바다 낚시의 흥취를 노래하고 있다.
▶겨울 바다에서의 낚시질
<동사(冬詞) 4>
간밤의 눈 갠 후(後)에 경물(景物)이 달랃고야.
지난 밤 눈이 갠 후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 천지가 눈에 덮인 모습으로 변한 상황이다.
이어라 이어라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압희 만경류리(萬頃琉璃) 뒤희 쳔텹옥산(千疊玉山)
앞에는 넓고 맑은 바다, 뒤에는 겹겹이 둘러 있는 흰 산
→ ‘만경류리’는 만 이랑의 유리라는 뜻으로, 넓은 바다를 비유한 말이다. ‘천첩옥산’은 눈 덮인 산을 비유한 말이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션계(仙界)ㄴ가 불계(彿界)ㄴ가, 인간(人間)이 아니로다.
선계(신선의 세계)인지 불계(부처의 세계)인지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 눈 덮인 아름다운 경관을 나타낸 것이다.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라는 표현은 이백의 시 <별유천지 비인간>을 인용한 것이다. 눈 덮인 어촌 풍경을 묘사하며, 속세가 아닌 듯한 겨울 경관의 아름다움에 대해 예찬하고 있다.
▶눈 덮인 강촌의 아름다움
<동사(冬詞) 8>
믉ᄀᆞ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싁싁ᄒᆞᆫ고
물가에 외롭게 선 소나무가 혼자서 어찌하여 씩씩한가?
→ ‘외로운 소나무’는 속세에 물들지 않고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이 투영된 감정이입의 대상이다. 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에 대한 예찬이 나타난다.
ᄇᆡ ᄆᆡ여라 ᄇᆡ ᄆᆡ여라
배를 매어라 배를 매어라
머흔 구룸 ᄒᆞᆫ(恨)티 마라 셰샹(世上)을 ᄀᆞ리온다
험한 구름을 원망하지 마라. 인간 세상을 가려준다.
→ 이때 ‘구름’은 화자를 속세로부터 분리해 주는 대상이다. ‘험한’이라는 수식어구가 수식해주고 있지만, ‘구름’은 부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속세를 가려주는 긍정적인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파랑셩(波浪聲)을 염(厭)티 마라 딘훤(塵暄)을 막또다
파도 소리 싫어 마라 티끌과 시끄러움을 막는도다.
→ 속세와 동떨어져 사는 화자의 삶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때 ‘파도소리’ 또한 앞선 ‘구름’과 마찬가지로 화자를 속세로부터 분리해 주는 대상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
<동사(冬詞) 10>
어와 져므러간다 연식(宴息)이 맏당토다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이제 쉬는 것이 마땅하다.
→ 날이 저물면 쉬는 것은 순리라는 농경 사회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ᄇᆡ 븟텨라 ᄇᆡ 븟텨라
배를 붙여라 배를 붙여라
눈 쁘린 길 블근 곳 흣더딘 흥치며 거러가셔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곳을 따라 흥겨워하며 걸어가서
→ ‘흰 눈’과 ‘붉은 꽃’의 색채 대비가 나타난다. 시조의 4음보 율격에서 벗어나 6음보 율격을 이루고 있다. 이는 빠른 속도감을 통해서 고조된 흥취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후렴구
셜월(雪月)이 셔봉(西峰)의 넘도록 숑창(松窓)을 비겨 잇쟈
눈 내린 밤 달이 서쪽 봉우리에 넘도록 소나무 그림자가 비치는 창에 기대어 있자.
▶눈 내리는 밤의 흥취
04 꼭 기억해야 할 핵심 정리
– 갈래 : 평시조, 연시조(춘하추동 각 10수씩 전 40수)
– 성격 : 풍류적, 전원적, 자연친화적
– 주제 :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어부 생활의 여유와 흥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