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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김광균의 ‘추일서정’
– 본문 읽기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김광균의 <추일서정>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팡지(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02 김광균의 ‘추일서정
– EBS의 시선
이 작품은 회화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가을날의 쓸쓸한 풍경을 묘사하고 그로부터 느껴지는 화자의 고독감을 드러낸 시이다. 시의 앞부분에서는 감정의 직접적 제시 없이 근대의 도시 문명과 관련된 소재들을 통해 독특한 비유를 구사함으로써 화자의 눈에 비친 낯설고 황량한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뒷부분에서는 화자의 행동과 함께 그가 느끼는 애수와 고독을 드러내고 있다.
• 1~3행: 쓸쓸한 낙엽의 모습
• 4~7행: 가을 햇살 속 길과 들판의 모습
• 8~11행: 나무, 공장, 구름의 쓸쓸한 풍경
• 12~16행: 황량한 풍경 속에서 느끼는 고독감
- 주제 : 가을날의 황량한 풍경과 고독감
- ‘폴-란드 망명정부’, ‘도룬 시’ 등 이국적인 정서를 환기하는 시어를 활용하여 소재로부터 연상된 내용(전쟁으로 인한 폐허에 관해 연상된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 ‘포플라 나무’가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모습을 동물의 ‘근골’과 연관 짓고, ‘구름’을 ‘세로팡지’라는 재료와 연관짓는 등 자연물을 이질적인 소재와 연관 짓는 방법으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와 같이 청각적 심상을 시각적 또는 촉각적 심상으로 전이하는 공감각적 심상과, ‘홀로’를 호올로‘라고 표현하는 시적 허용을 통해 풀밭을 공연히 발로 차거나 허공에 돌팔매를 띄우는 화자의 행위에 담긴 정서적 의미(쓸쓸한 정서)를 부각하고 있다.
- 이 시는 적막한 가을 풍경을 그려 내는 데에 동원한 소재들을 통해 도시 문명에 대한 인식을 보여 주고 있다. 예컨대,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라는 시행은 근대 문명과 관련된 ‘공장’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그 지붕이 마치 야수처럼 ‘흰 이빨을 드러내인’ 모습을 나타낸 표현으로, 이는 근대 문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시각적 심상을 통해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는 외형적 유사성이 있는 ‘낙엽’과 ‘지폐’를 ‘A는 B(이다.)’의 형식을 사용해 연결한 은유로, 발행 주체가 ‘망명정부’임을 고려하면 대상의 쓸모없음을 함의하는 표현인 것 같군.
- ‘구겨진 넥타이처럼’은 조사 ‘처럼’을 사영하여 보조 관념인 ‘구겨진 넥타이’와 원과념을 연결한 직유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길의 이미지를 환기하는 표현인 것 같군.
- ‘일광의 폭포’는 원관념 ‘일광’을 보조 관념 ‘폭포’에 빗댄 ‘A의 B’ 형식의 은유로, 가을날의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한 표현인 것 같군.
- ‘풍경의 적막’은 가을날의 ‘풍경’을 ‘장막’의 모습에 빗댄 ‘A의 B’ 형식의 은유로, 화자가 바라본 공간의 풍경을 마치 평면에 투사되거나 그려진 것인 듯이 형상화한 표현인 것 같군.
03 김광균의 ‘추일서정’
– THE-깊은독해
*제목 ‘추일서정’은 가을날의 생각과 느낌이라는 뜻이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 낙엽을 망한 나라의 화폐로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망한 나라의 화폐가 필요 없는 것처럼, 낙엽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폴-란드’는 이국적인 이미지를 환기한다.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 ‘포화’는 총포를 쓸 때 일어나는 불을 말하며,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상황을 연상하게 한다. 황량함, 공허함의 이미지를 가진다.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 ‘도룬 시’는 폴란드 중부에 있는 상공업 도시의 이름으로, 이국적인 이미지를 환기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 구불구불한 길을 직유법을 통해 넥타이로 비유하여 나타내고 있다. 이때, ‘길’의 보조 관념은 ‘한 줄기’가 아니라,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이다.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 ‘일광의 폭포’는 눈부시게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모습을 폭포로 비유하여 나타낸 표현이다. 이때 ‘사라지고’는 소멸의 이미지를 환기한다.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 이때 ‘조그만 담배 연기’는 뒤에 나오는 ‘급행차’가 뿜는 굴뚝 연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허무함의 이미지를 환기한다.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 ‘새로 두 시’는 오후 2시라는 의미이다. 이때 ‘급행차’는 도시적이고 문명적인 소재를 뜻한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 이때 ‘근골’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의인화한 표현이다. 즉, 해당 문장은 포플라 나무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라는 의미이다. (근골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사전을 찾아보자.)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 ‘공장’의 삭막한 모습을 흰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때 ‘흰 이빨을 드러낸 채’라는 표현은 근대 문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동물적 이미지를 통해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 윗 문장의 ‘흰 이빨’과 ‘꾸부러진 철책’은 냉혹함과 비정함의 이미지를 환기하며, 도시 문명의 삭막함을 나타내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 위에 셀로팡지(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
→ 구름을 셀로팡지로 비유하여 나타내고 있다. ‘셀로팡지로 만든 구름’은 가볍고 쉽게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구름을 의미한다.
▶ 쓸쓸하고 황량한 가을날의 풍경 (선경)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 지금까지 정경 묘사만 하다가 해당 행 이후부터 화자가 등장하고, 정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즉, 선경후정 방식의 시상 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때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라는 표현은 화자의 쓸쓸함이 나타나는 표현이다. 공감각적 심상 또한 사용되고 있다. ‘자욱한 풀벌레 소리’는 청각의 시각화,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는 청각의 촉각화에 해당한다.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 ‘호올로’는 홀로의 시적 허용 표현이다. ‘황량한’이라는 시어를 통해 화자의 정서가 직접 표출되고 있다. (황량하다는 표현이 왜 정서를 표출하는 시어인지, 황량하다의 의미를 정확히 모른다면 사전을 찾아보자. 공부가 될 것이다.)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 ‘돌팔매’는 무엇을 맞히려고 돌멩이를 던지는 짓을 뜻하는 말로, 여기서는 무료함과 황량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 쪽에
→ 화자에 눈에 비친 기울어진 풍경을 장막에 비유하며 평면에 투사되거나 그려진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이때 ‘기울어진 풍경’은 쓸쓸한 풍경을 나타낸 말이다.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 던진 돌이 날아가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고독한 반원을 이루며 잠기어 간다고 나타내고 있다. 즉, 화자가 고독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잠기어 간다’는 표현은 슬픔과 소멸의 이미지를 환기하며, 벗어날 수 없는 고독감을 의미한다. 또한 ‘고독한’이라는 시어는 화자의 정서와 관련되어 있는 표현으로, 이를 통해 화자의 정서가 표출된다고 할 수 있다.
▶ 황량한 가을날의 고독한 화자의 모습 (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