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분석 해설 정리 및 관련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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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01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본문 읽기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 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 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 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02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EBS의 시선

이 작품은 힘 있는 자들의 부정과 부패에 저항할 용기는 내지 못하면서 힘없는 이들을 향해 사소한 일에만 분노를 표출하는 화자가 자신의 옹졸함을 성찰하는 시이다. 이 시에서 ‘고궁’이 권력을 상징한다면 ‘왕궁의 음탕’은 그 권력의 전횡과 부패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화자는 경험과 일화를 열거하고 자조적 물음을 반복함으로써 치열한 반성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 1, 2연: 심각한 사회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나’
• 3연: 포로수용소 시절부터 몸에 밴 ‘나’의 옹졸함
• 4, 5연: 절정에서 비켜서 있는 ‘나’의 비겁함
• 6연: 옹졸하게 반항하는 현재의 삶에 대한 반성
• 7연: ‘나’의 옹졸함에 대한 자조와 반성

  •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에서 ‘나’는 뒤에 열거되는 여러 가지 행위의 주체이자, 그 행위들에 대해 성찰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조그마한 일에만’에서 배타와 한정의 의미를 드러내는 보조사 ‘만’의 사용은 정작 크고 심각한 일들에는 분개할 줄도 모르는 ‘나’가 사소한 일들에 한정하여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 <보기> 이 작품 창작 당시(1965년)의 역사적 상황
    – 6·25 전쟁의 경험으로 인한 상처는 치유되지 못함.
      (민족 구성원 저마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음.)
    – 독재를 끝내자는 4·19 혁명이 온전한 결실을 거두지 못함.
    – 군사 정변을 통해 권력을 잡은 세력은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빌미로 자유와 민주에 대한 민중의 열망을 억압함.
    – 한·일 협정 체결이나 월남 파병 같은 중요 사안들도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권력층의 일방적인 의지에 따라 강행됨.
    – 정의를 위해 크나큰 희생을 감내하고자 했던 소수를 제외한 시민 대부분은 소시민적 삶의 태도에 젖어 사회적 이슈에는 침묵하는 일상을 영위하고 있음.
  • 화자의 관점에서 볼 때, ‘붙잡혀 간 소설가’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정의를 위해 희생을 감내하게 된 이에 해당할 것 같아. (화자는 그를 위해서 ‘정정당당하게’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비겁함을 부끄럽게 여긴다.)
  •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서 ‘정보원’이 했던 말은 화자에게 6·25 전쟁의 경험으로 인한 ‘옹졸한 나의 전통’을 자각하게 하는 심리적 상처 중 하나가 되었던 것 같아.
  • 화자는 자신이 사회적 이슈에 침묵하는 일상을 영위하는 것(=소시민적 삶의 태도)을 두고 ‘절정 위’(=불의와 대결하며 정의를 위해 희생을 감내하는 삶)가 아니라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고 표현한 것 같아. 
  • 화자는 ‘바람아 먼지야 풀아’라고 호명한 대상에게 ‘나는 얼마큼 적으냐’라고 물음으로써 자신의 소시민적 삶(사회적 이슈에는 침묵하면서 사소한 일들에만 분개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부끄러움을 드러낸 것 같아.
  •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라는 시구를 통해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은 서로 종류가 다르다는 차별적 인식이 당시 사회에 팽배해 있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 ‘50원짜리 갈비’라는 시구의 내용을 오늘날의 상황과 비교해 봄으로써 당시의 물가 수준이나 화폐 가치 등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03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THE-깊은독해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화자 ‘나’는 ‘왜 ~ 분개하는가’라는 의문문을 사용하여 사소한 일에 대해서만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분노하는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즉 정작 분개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조그마한 일’은 사소하고 비본질적인 일을 뜻하며, 뒤에 나오는 ‘왕궁의 음탕’과 대조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조그마한 일’이 약자들의 소극적 저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저 왕궁’은 <제목>을 고려하였을 때, 고궁을 둘러보고 나오는 시적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왕궁’과 ‘왕궁의 음탕’은 마땅히 분개해야 할 대상으로, 본질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앞서 나온 ‘조그마한 일’과 상반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음탕이 음란하고 방탕하다는 뜻임을 고려하면, 권력의 부정과 부도덕함을 뜻한다고도 할 수 있다.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50원짜리 갈비’라는 단어를 통해 당시의 물가 수준이나 화폐 가치가 어느정도 였는지 알 수 있다.)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화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예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온 일은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일의 예시 중 하나이며, ‘왕궁’ 및 ‘왕궁의 음탕과 상반되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옹졸하게‘라는 표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조감과 자괴감이 담긴 표현이다.(즉, 화자는 자신의 행위가 어떠한지 알고 있다.) 또한 ’돼지같은 주인년‘이라는 비속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화자 자신의 속된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옹졸하게 욕을 하고

  → 반복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1연 : 사소한 문제에만 분개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거나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일들은 당당하게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일로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일에 해당한다.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 본질적인 문제에는 행동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침묵한다는 의미이다. ‘이행’이라는 말에 주목하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소시민적인 모습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은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일의 예시 중 하나이다. 사실 갈등을 벌어지 않아야 할 일에 해당한다.

▶2연 :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사소한 문제에만 집착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 여기서 ‘옹졸한 나의 전통’은 오랫동안 사소한 일에만 집착해 온 버릇을 뜻하며, ‘정서로 / 가로놓여 있다’는 것은 체질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사소한 일에만 집착하는 행동이 오래되어서 몸에 배어 있다는 의미로, 무기력한 삶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 화자의 과거 일화를 제시하고 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 개키고 있는’ 것은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일의 예시 중 하나이다. ‘포로 경찰이 되’는 것은 본질적인 일로서, 소극적인 나의 모습과 적극적인 의미의 포로 경찰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 여기서 ‘이런 일’은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는 사소한 일에 해당할 것이다.

너스들 옆에서

  → 간호사들 앞에서 비웃음을 당한 것으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포로수용소의 일화는 ‘나’의 옹졸한 행동(소시민적인 태도)이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3연 : 오랫동안 몸에 배어온 ‘나’의 옹졸한 모습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 화자는 여전히 사소한 일에만 반항하고 있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 사소한 일상조차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나 고난으로 받아들을 정도로, 화자 자신이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나타내며 왜소하고 무기력한 삶을 모습을 보여준다.

▶4연 : 사소한 일에만 반응하는 보잘것없는 존재인 ‘나’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 본질적인 문제에 맞서거나, 문제의 한복판에 서있지 못하고 옆으로 벗어나 있는 화자의 소시민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이때 ‘절정’은 불의에 항거하는 등 본질적인 문제 상황을 의미하고, ‘옆으로 비켜서 있다’는 표현은 화자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은 방관자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것으로서, 화자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는 하지만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5연 : 방간자적인 자세에 대한 ‘나’의 고백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 강하게 항거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에 해당한다.

이발쟁이에게 / 땅주인에게는 못 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 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 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 ‘이발쟁이’와 ‘야경꾼’은 힘없는 자를 나타내고, ‘땅주인’, ‘구청 직원’, ‘동회 직원’은 힘있는 자를 나타낸다. 화자는 이러한 이십 원, 십 원, 일 원‘처럼 사소한 일로 힘없는 자에게 반항하는 자신의 옹졸함에 대해 ’우습지 않느냐‘라는 표현으로 자조적 반성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6연 : 힘없는 자에게만 반항하는 

자신의 옹졸함에 대한 자조적 반성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 ‘모래’는 보잘것없는 자연물로, ‘나’의 왜소함과 보잘것없음을 부각하는 대상이다. 즉 이 행은 화자 자신이 모래보다 더 작은 존재가 아니냐고 묻는 표현으로, 자신이 모래보다도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자는 자기 자신을 모래, 바람, 먼지, 풀보다도 보잘것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때 모래, 바람, 먼지, 풀은 화자의 왜소함과 보잘것없음을 부각하는 대상들이다.

정말 얼마큼 적으냐……

  → 보잘것없는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조적 독백에 해당한다. ‘얼만큼 적으냐’라는 시구의 반복을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조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말줄임표로 시상을 마무리하여 반성과 자조 의식의 지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7연 : 자신의 보잘것없음에 대한 자조적 독백

04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복습 및 관련 기출문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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